나 사랑하리라.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을,
생명을 지니고 품고 나눠주는 모든 것들을 나 사랑하리라.
사람이고 나무, 풀 모두를 사랑하리라.
이중에도 사람을 가장 사랑하리라. 
사람 가운데도 아름다운 사람을 깊이 사랑하리라.

나 사랑하리라. 죽어가는 것들을.
생명을 놓치고 깜박거리며 이 땅을 떠나는 것들을 나 사랑하리라.
땅의 줄이 끊겨 더 이상 잡을 것이 없는 것들을 사랑하리라.
사라지는 것들은 진실하며 꺼져가는 것들은 정직하므로 사랑하리라.
애처롭기에 사랑하리라. 

나 사랑하리라. 목숨은 붙어 있으나 구실을 하지 못하는 자들을,
사고하고 판단하고 결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긴 했지만
그 기능이 퇴화되었거나 마비된 자들을 사랑하리라.

아무리 뜨거운 사랑을 받아도 만족 할 줄 모르는 자들을 나 사랑하리라.
나 사랑하리라. 일평생 아무도 사랑해 본 일 없는 이,
사랑없이도 잘 살아 왔다고 자랑하는 이, 
살 섞는 일만을 사랑이라고 우기는 이들을 나 사랑하리라.

나 사랑하리라. 나를 둘러싸고 있는 조건, 환경, 분위기.. 
비록 그것들이 험하고 열악하고 음울하더라도 무조건 사랑하리라.
내게 덤벼드는 사람,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,
나를 모욕하는 사람, 나를 아프게하는 사람까지도 
나 사랑하리라. 겉으로만 아니라 속으로도 사랑하리라.

나 사랑하리라. 사랑하리라..
결단하고 나서도 그대로 행하지 못하는 나를 사랑하리라. 
수줍고 못나고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해내지 못하는 연약한 나마저도 사랑하리라.
안 아픈 구석이 하나도 없고 잘 생긴 곳도 한 군데 없는 나를 사랑하리라. 
나를 사랑하지 않고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,
우선 나는 머저리, 반편, 백치, 바보중의 상 바보인 나를 사랑하리라.